<  감정의 전염⎢Emotional contagion of us  >
; 위태로이 피어난 감정을 기록하다.

2016년 3월, 어느 날부터 시작된 이 질병은 감기처럼 순식간에 스며들어
우리의 내재되어 있던 분노를 발현시키기 시작했다.

이것을 「 감정의 전염 」이라고 정의하겠다.

현재 이 원인불명의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깨닫고
다시 메마른 상태로 돌아가는 것 외에 치료방법이 없다.

보고된 바 ‘감정의 전염’은 감염 후 내재되어 있던 (우울, 분노 등의) 부정적인 감정들이 발현되면
형형색색의 꽃(花)들이 피어나 일정기간 이후 ‘소멸’하는데 모든 감염자들이 같은 증상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감정의 소멸은 ‘해소’의 개념으로 감염자는 소멸 후 새로운 존재로 태어나듯이,
그들에게 알 수 없는 이질감과 둘러 쌓인 빛이 존재한다.
또한 전염이 되는 대상들 중 대부분이
감정의 전염성이 높은 부정적인 '분노(火)'에 의해 발현이 되었다 추정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감정의 깊이를 정의대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감정들은 전염의 대상이며 경계해야 한다.

'그들이 찾기 전에 숨겨라. 그리고 숨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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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징조가 시작될 때 주변에 '날것' 들이 꼬이는데
이 '날것'들은 이미 피어나버린 감정의 꽃에 꽃가루를 운반하는 '매개체'들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새, 벌, 나비 등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 육안으로 구분하기도 어려운데
그들의 '대상'으로 소명받는 순간 감정은 이미 내면에서부터 들끓고 있기에 통제할 수도 없다.

감정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소멸 후에도 오랜 시간 지지 않고 기생할 수 있으며
꽃이 오랫동안 기생할 경우 시력과 청력이 점점 나빠지는 합병증을 유발해
아무것도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상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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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본 결과,
그들은 대부분 다음 ‘대상’에게 옮기면 소명을 다 한 듯 소멸하나
어떤 특수한 매개체들은 소명을 받은 상태에서 ‘대상’의 내재된 감정을 발현시키지 못할 경우 목적을 상실해
다른 매개체에게 전달 후 소멸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매개체들이 점점 먹이사슬을 거슬러 올라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포식자까지 소명을 가진 매개체로 발현되기 시작했다.

이 매개체들은 연구의 대상이며 「감염도감」으로 만들어,
모든 상황을 의무적으로 비감염자들에게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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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감정의 지배당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분출구를 찾기 위해
소명의 ‘대상’을 찾아다니기 시작했고
그것이 두려운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보호하기 위해
이미 피어나 명을 다한 매개체 안에 스스로 감정을 가두어 통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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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옴니버스 형식의 세계관으로 이루어진 ‘감정의 전염(Emotional contagion of us)’ 시리즈는
과거에 빠르게 변화하는 불안정한 자신의 감정들을 이상의 공간 속에 철저히 가두고 싶으면서도
이미 틈도 없이 가득 쌓여버린 공간에 물 밀리듯 밀려오는 잔잔한 감정들을 쳐내지 못해
흘러넘치는 기색을 눈빛으로 전달하는 작품들과 이어지는 이야기다.

메말라버렸던 감정들이 타인으로 인해 잔잔히 밀려 들어 봇물 터지듯 꽃의 개화로 아름답게 피워냄으로써
무의식적으로 억압했던 감정들을 카타르시스로 이끌어내 해소시키고
대책 없이 터져버린 감정으로 인해 본래의 나로 돌아갈 수 없게 되자 길을 잃은 불안전한 감정선은
형형색색의 빛깔들로 흩어져 이상과 현실을 자각하지 못하게 한다.

작가의 어릴 적 꿈이었던 꽃사슴으로 작품의 모든 눈동자에 본인을 투영시켜 감염의 주체성을 확립시키고
해소된 감정은 고해나 회개 후 찾아오는 고요한 안식처럼 벅찬 감정들이 신성하게 다가오지만
나 자신도 누군가로부터 전염이 되고 누군가를 감염 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감정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상대에게 전달하며 동화시키려 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그로 인해 반복되는 감정의 연쇄를 표현하고자 감염과 전염 같은 직관적인 단어를 사용했으며
동시대의 감염자들이 감정의 고리를 끊고 다시 메마르게 살아갈 수 있을지
그들의 내면으로부터 위태로이 피어난 감정들을 기록하고자 한다.


Artwork 


에피소드(EP)마다 다양한 감정 조각들이 담겨 있습니다.
작품을 통해 다채로운 감정의 유니버스를 경험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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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 감정의 그늘 아래

EP5. Last blossom - 열꽃

EP4. Fourth wall - 제 4의 벽

EP3. Portrait (肖像) - 초상

 EP2. 火:花 - 화:화

EP1. Emotional Contagion of us | 서막

EP0. Dear. Deer - 꽃; 사슴